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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칼럼
캐나다 이민은...#3
기사작성 : 2017-12-21 13:48:53
김태훈 기자 sisatouch3@daum.net

 [시사터치 김태훈 칼럼] = 세탁소 디포는 요즘 우리나라에도 많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자주 찾는 쇼핑몰 같은 곳에서 자기 세탁기계나 다리미 같은 장비 없이 고객이 맡긴 세탁물을 세탁공장에서 세탁해오면 고객이 다음에 쇼핑하러 올 때 찾아가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홈플러스 입구에 있는 크린토피아 매장과 같은 시스템이다.

 교민들이 하는 농담 중에 처음에 랜딩 서비스(도착 하는 날부터 공항에서 픽업해서 집 정하고 운전면허 신청, 차 사는 것에 대한 도움 등 생활이 안정 될 때까지 도와주는 일-물론 무료는 아니다-저자 주)하는 사람을 누굴 만나는지에 따라 이 사람의 업종이 정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일까...랜딩 서비스를 해 준 사람이 줄기차게 권유하는 바람에 세탁소 디포라는 낯선 사업을 하게 됐다.

 생전 처음 해 보는 일인데 직접 세탁을 하지 않아도 소비자는 내게 클레임(항의)을 한다. 특히, 영어가 서툰 것을 보면 트집을 잘 잡는다. 그런 것을 보면 서양 사람들도 아주 교활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첫 날부터 힘든 고객이 걸렸다. 그래서인지 이름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 이름이 아직도 발음이 잘 안 되는데, 혹시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 영어 발음에 자신 있는 분은 도전해보시라. Catherine Heayn이다. 나는 아직도 이 사람의 last name(성씨)을 발음하지 못한다. 사실 last name도 희안하지만 조그만 권력이랄까? 백그라운드가 있다는 것이 그 사람을 그리 자신만만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아줌마의 남편이 small claim court의 manager란다(캐나다는 $3,000 이하의 소액 손해사건은 정식 재판으로 가지 않고 small claim court에서 조정하는 것으로 끝낸다-필자 주). 사실 따지고 보면 소매위주의 상인들, 특히 소수민족 출신의 자영업자들에게는 염라대왕이나 마찬가지인 사람이다.

 처음에 고객은 Spread(침대에 까는것, 약간의 솜이 들어있어 몸에 닿는 감촉을 푹신하게 해 주는 것, 그냥 면소재의 천도 있지만 솜이 약간 들어있으면 비싸진다-필자 주)를 갖고 왔었다. 세탁물을 찾아갔던 고객은 다시 와서 솜이 뭉쳤으니 변상을 해 달란다. 그래서 받아보니 솜이 한쪽부분으로 몰려있다. 다시 세탁을 한다고 해결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시 해보겠다는 말과 함께 손님을 보내고 세탁소와 상의를 해서 다시 보냈다. 그러나 내가 봐도 결과는 별로 신통치 않았다. 세탁물을 다시 본 고객은 변상을 요구했다. 얼마면 되겠냐고 했더니 2,500불을 내 놓으란다. Spread에 맞추어 베게 커버, 침대보, 이불까지 다 샀기 때문에 그것을 물어달라고 하는 것이다. 언제 샀느냐고 했더니 눈도 깜짝하지 않고 “3년 되었다”면서 “새 것”이라고 한다. 3년 된 것이 새 것이라니... “물어줄 수 없다”고 했더니 small claim court에 가서 고소하겠다고 한다. 나도 마음이 편치 안아서 “해봐라” 그랬다.

 그 이후로 몇 차례 더 와서 “자기 남편한테 일렀으니 너는 세탁소 접어야 할 것”이라는 등 “캐나다에서 살지 못하고 너의 나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등 별 소리를 다 해댔다. 그러나 나는 겁먹지 않았다. 캐나다는 상식이 통하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너 번째 오더니 이 사람이 결국은 무료세탁쿠폰을 달라고 한다. ‘참나, 치사하게...’ 내가 속으로 생각한 금액은 200불 정도였으나 아줌마(이제 고객이라고 하기도 싫다)는 100불만 주면 조용히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나오는 아줌마가 미워서 그것도 주기 싫었다. 50불짜리 쿠폰을 내밀면서 “세탁을 잘 못 한 것은 내 잘못이니 이것만 받고 가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랬더니 내 손에서 그것을 빼앗듯이 낚아채가기에 쓴 웃음이 나왔다.

 지금 생각해보니 두 가지의 생각이 교차한다. 첫째는 small claim court의 상한액이 3,000불이니 2,500불을 부른 것 같고, 또 한 가지는 백인 동네라서 만만하게 보지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10여년 전 미국 virginia에서 판사 바지 변상(500억원대) 사건을 신문에서 봤을 때 이 생각이 나서 씁쓸했었다. 그 때 세탁소 아저씨의 마음이 어땠을 지 짐작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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