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화면으로 이동
닫기 | 인쇄 |


대전>사회 부동산
수억원 전세보증금 날릴 위기, 대학생들 어쩌나...
기사작성 : 2018-08-02 15:54:34
이용민 기자 yongmin3@daum.net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여대생들이 지난 1일 대전지역 모 카페에서 <시사터치> 기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흐림처리)

 [시사터치 이용민 기자] = “세상 공부한 것 치곤 너무 비싼 수업료를 낸 것 같습니다.”

 배재대학교 인근 한 다세대주택에 입주한 20여 명의 세입자들이 수천 만 원에 이르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전체 7~9억 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건물주가 빚을 잔뜩 지고 파산신청을 하면서 전세보증금으로 낸 4천여만 원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입주자의 상당수가 타지에서 학교를 다니기 위해 원룸을 얻은 20대 초·중반의 대학생 등 젊은이들이란 점이다.

무슨 일이?

 세입자들이 건물주 A 씨가 큰 빚을 진 채 파산신청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지난 3월 8일. 한 세입자가 건물주와 연락이 닿지 않아 알아보기 시작하면 서다.

 이들이 자체적으로 파악한 결과 전체 세대 중 24세대 정도가 3500만 원에서 4000만 원에 이르는 전세보증금을 내고 입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일 <시사터치> 기자와 만난 4명의 세입자들은 건물주 A 씨와 부동산중개인 등으로부터 전세가 두어 개 밖에 없고, 건물에 설정된 저당권 2억 원도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듣고 계약한 것으로 밝혔다.

 기자가 직접 해당 건물의 등기사항을 살펴본 결과 근저당권 설정이 2002년도에 3억여 원, 2017년에도 3억여 원이 설정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혜수(21·여·가명) 씨는 “(건물에) 전세가 두어 개 밖에 없고 나머지는 월세라고 했다. 설정된 근저당권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중개인의 말을 믿고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씨는 입주 한 달 만에 4천만 원이나 되는 전세보증금을 날려버릴 위기에 처했다. 지난 2월 6일 입주한 김 씨는 건물주 A 씨가 3월 8일 파산 신청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김 씨는 다방면으로 알아봤지만 전세보증금을 되찾을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건물에 대한 저당권이 2002년에 설정됐는데 당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우선변제 대상자는 보증금 3500만 원 이하라 4천만 원의 전세보증금을 낸 김 씨는 우선변제의 효력이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 씨는 법원에서 건물주의 채무를 확인한 결과 2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고, 파산 절차를 거쳐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이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 될 거라며 전세보증금을 받아낼 길이 요원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김 씨의 경우 부동산중개인을 통해 계약을 했고, 사실과 다른 내용의 고지로 인해 계약을 한 것이라면 공인중개사협회의 보험으로 어느 정도 보상을 받을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전세보증금을 한 푼도 못 받는 세입자도 여럿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취업을 준비 중인 이다영(25·여·가명) 씨는 “계약 당시 집주인과 부동산 측에서 건물에 전세는 2~3가구뿐이라 좋은 기회에 입주하게 됐다면서 건물에 설정된 근저당권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안심하고 전세보증금 4천만 원을 지불하고 계약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당시 이 씨는 전입신고도 안 했고, 입주 확정일자도 받아두지 않았다가 이번 사안을 알게 되면서 뒤늦게 부랴부랴 이를 마쳤지만 상대적으로 늦게 한 편에 속하고, 우선변제의 대상도 안 되며 건물주의 채무도 많다 보니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기는 힘든 상황이다.

 해당 원룸 건물에 입주한 세입자 다수가 평일에 대학을 다니기 위해 타 지역에서 온 사람들로, 전입신고 조차 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서울에서 온 최이선(22·여·가명) 씨의 경우는 올해 초 졸업해 전세보증금 4천만 원을 돌려받고 나가려고 짐까지 꾸려둔 상황에서 막막한 처지가 됐다. 지난 2014년 7월 계약한 최 씨는 지난해 7월 계약이 종료됐고, 졸업할 때까지 지내며 올해 1월 건물주 A 씨에게 해지 통보를 한 뒤 기다리고 있던 상황에서 3월에 이 같은 처지가 돼 더욱 난감해했다.

 다행히 전세보증금을 되찾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세입자도 있다.

 1학년을 마치고 휴학 중인 하사랑(20·여·가명) 씨는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집주인과 2017년 3월 1일 직접 계약을 했다. 당시 집주인이 전세는 1~2개밖에 없고 전세 얻기 어렵다고 하기에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하 씨는 전세보증금이 3500만 원이라 우선변제권이 적용돼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다른 채권자들보다 우선해 전세보증금을 되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다수의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받아내지 못할 상황이라고 이들은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하나

 전세보증금으로 3500만 원을 넘게 낸 세입자들은 막막한 상황이다. 이들은 건물주가 한 파산신청에 이의제기를 하며 거부되도록 해볼 작정이다.

 김혜수 씨는 “파산신청이 거부되면 건물주가 우리에게 전세보증금을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다영 씨도 “우선변제도 못 받고, 확정일자나 전입신고도 후순위라 막막한 상황”이라며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최대한 버티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이선 씨는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하기에 이의신청도 하고 기다려 보려 한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겠다는 것이다.

 하사랑 씨는 “최우선 변제금에 딱 해당되는 3500만 원이라 돌려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우선 지금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공부하면서 기다려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입주 한 달 만에 황당한 상황에 처한 김혜수 씨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빚이 많아 파산신청을 할 상황인데도 전세보증금 걱정을 하지 말라며 계약을 하게 한 뒤 파산신청을 한 행위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상황들에 대해 입장을 듣기 위해 <시사터치>는 건물주 A 씨에게 전화통화를 몇 차례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또 인근 지역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거래해준 세입자에게 전세가 4가구 정도 있다고 말했다”며 “10년 넘게 오래 거래해오던 곳인데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세입자들처럼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타지에서 대학을 다니기 위해 원룸을 얻은 다수의 대학생들과 20대 초중반의 젊은이들에게 4천여만 원은 부담스러울 만큼 큰돈이다.

 이날 만난 여대생들은 처음 이런 상황을 알게 됐을 때의 황당함과 걱정을 어느 정도 극복한 듯 대화하면서도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말대로 사회 공부를 한 것 치곤 너무 비싼 대가를 치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만난 김혜수 씨는 “이러한 사실들이 언론을 통해 확산돼 더 이상 젊은 학생들이 피해 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yongmin3@daum.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시사터치>

닫기 | 인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