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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행정
촛불집회가 독립운동?
기사작성 : 2018-08-15 18:12:46
이용민 기자 yongmin3@daum.net

  

 ▲제73주년 광복절 경축식 행사가 15일 대전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가운데 허태정 시장이 경축사를 하고 있다.(사진:대전시)

 [시사터치 이용민 기자] = 허태정 대전시장이 15일 광복절 경축행사에서 지난해 촛불집회를 독립운동에 빗댔다.

 하지만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한 독립운동과 국민투표를 통해 선출된 대표자가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국민적 지탄의 표시로 촛불집회를 벌인 것을 같은 선상에서 보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날 허 시장은 경축사에서 “수많은 독립투사들의 희생으로 나라를 되찾을 수 있었지만 온전히 찾지 못한 것이 바로 주권”이라며 “주권은 국가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권력이다. 그 권력이 국민에게 있어야 한다는 게 우리 헌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제로부터 되찾은 주권은 불행히도 국민에게 가지 않았다”며 “권력은 국민이 아닌 소수 권력자의 소유물이 됐고, 국민은 오늘날까지 그 주권을 찾기 위해 투쟁해온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권력이 국민에게 있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혁명인 지난해 촛불혁명을 거쳐 우리는 국민주권 시대를 열었다”며 “국민주권을 찾기 위해 국민이 든 촛불은 독립운동의 계승이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허 시장의 발언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국민이 주권 행사의 한 방법인 국민투표를 통해 선출한 대표자를 내치라는 것과 일제가 강제로 빼앗은 나라를 되찾기 위한 독립운동을 같은 선상에서 보는 점 때문이다.

 권한을 위임받은 자가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다보니 임기를 다 하기 전에 탄핵이란 국가 시스템을 거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그 과정에서 촛불집회가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집회의 자유가 인정되는 나라에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정부의 잘못을 비판한 촛불집회와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한 목숨 건 독립운동이 같은 선상일지는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더군다나 허 시장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만을 놓고 보면 유권자들이 특정정당을 지지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이 특정 정당을 다른 정당보다 더 지지하게 된 것은 국정농단의 여파가 크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정당의 대전시장 후보 지지도는 32.16%를 기록했다. 허 시장 본인은 56.41%로 과반을 조금 넘은 수준이다. 당선자가 많긴 하지만 득표율을 따져 보면 시민 대다수가 특정정당을 지지한 것으로 보기도 무리다.

 이날 허 시장의 발언은 마치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한 독립운동과 같은 성격으로 촛불집회가 일어났고, 그 결과 특정 정당을 대다수 유권자가 지지한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촛불집회는 빼앗긴 주권을 되찾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권한을 위임한 대표자가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자 주권 행사의 한 방법으로 행해진 것이다. 주권을 빼앗겨 되찾기 위한 것이 아니다.

 허 시장이 그의 말대로 정파와 이념을 떠나 지혜와 역량을 모으고 힘 있는 대전을 만들고자 한다면,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yongmin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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