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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원으로 노동계와 충돌, 껄끄러운 대전 행정
기사작성 : 2018-10-30 21:12:21
이용민 기자 yongmin3@daum.net

  

 ▲한국노총 대전본부와 민주노총 대전본부가 30일 대전시청 북문 앞에 걸어 놓은 현수막.

  [시사터치 이용민 기자] = 대전시가 생활임금 결정을 두고 노동계와 충돌하고 있다.

  대전시는 대전시생활임금위원회가 결정한 9769원의 생활임금에서 최저임금 인상률, 자치구별 생활임금 편차, 시 재정상황 등을 고려해 169원을 삭감한 9600으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 대전본부(의장 김용복)와 민주노동 대전본부(본부장 이대식)는 30일 오전 10시 30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시의 이러한 일방적 삭감을 규탄했다.

  두 노총은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 경기, 광주, 전남 등 광역시도 뿐만 아니라 수원, 화성, 안양, 광산구 등 많은 기초단체도 생활임금 1만 원이 넘어가는 추세”라며 “대전시가 조례에 따라 구성된 위원회의 결정을 번복까지 하며 1만 원에도 못 미치는 생활임금을 삭감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허태정 시장은 후보 시절 노동 존중, 사람 중심의 노동정책을 표방했으며, 노동이 존중받는 포용의 도시 대전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첫 노동정책이 ‘생활임금 삭감’이다”며 “허 시장은 위원회의 결정을 일방적으로 번복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생활임금액을 원상회복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대전시는 169원을 삭감한 생활임금 9600원 결정에 대해 시의 재정형편과 자영업·소상공인의 최저임금 인상 부담, 시와 출자출연 및 민간위탁 기관에 근무하는 1120여명만 수혜를 입는데 대한 다른 곳 근무자의 상대적 박탈감 등을 거론하며 합리적이라고 맞섰다.

  생활임금제를 시행하는 자치구도 서구와 유성구뿐이고, 나머지 대덕구, 동구, 중구는 이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시 한선희 과학경제국장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감으로 인력을 줄이고 이를 가족이 대체하기도 한다”며 “생활임금 9600원도 전국 평균 이상으로 인상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시가 제시하고 있는 합리적 근거와 여러 요소들을 참고해 대전시생활임금위원회가 결정한 생활임금을 시가 일방적으로 169원을 삭감한 데 있다.

  한선희 국장에 의하면, 위원들은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과 이미 상당 수준으로 오른 최저임금 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 9400원에 맞춰달라는 시의 요구 등 의견이 분분했다.

  이러한 분분한 의견을 조율해 위원회가 결정한 사항을 시가 일방적으로 삭감하면서 노동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시가 제기한 재정형편과 최저임금 상승, 상대적 박탈감 등이 169원 삭감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 것인지도 의문스러운 부분이다.

  한선희 국장은 169원 삭감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상쇄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자신있게 답했다.

  시간당 169원씩, 하루면 1352원, 한 달 24일을 근무하면 3만 2448원이고, 1년이면 38만 9376원이다. 1인당 이 정도의 금액을 덜 줌으로 인해 시가 제기한 문제들이 해소된다고 보기에는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재정문제로 접근해도 1120명이면 1년에 4억 3610만 1120원이 더 들어가는 수준이다. 대전시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금액이라 보기에도 거리가 있어 보인다.

  9600원으로 1120명을 계산하면 연간 생활임금 예산은 247억 7천여만 원이 되고, 여기에 4억여 원이 더 추가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대전시의 논리라면 169원 삭감보다 차라리 인근 세종시처럼 생활임금제 폐지로 가닥을 잡는 것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세종시는 최저임금이 상당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보고 생활임금을 내년 최저임금(8350원) 수준에 맞췄다. 관련 조례도 폐지 절차를 밟기로 했고, 다수의 시의원도 이에 공감하는 모양새다.

  생활임금위원회를 두고 논의를 통해 결정한 금액을 시가 일방적으로 삭감해 논란을 일으키는 행정은 시민이 보기에 껄끄러워 보일 수 있는 문제다. 시민의 참여를 표방하는 민선 7기 허태정 호의 정체성과도 부합하지 않아 보인다.

  한편, 생활임금제를 시행하지 않는 광역단체는 대구, 울산, 경남, 경북, 충북 등 5곳이고, 시행하는 12곳 중 가장 높은 곳은 서울시로 1만 148원의 생활임금을 설정했다. 1만 원 이상인 곳은 경기, 전남, 광주, 서울 등이다. 인근 충남은 9700원으로 정했다.

/yongmin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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