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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칼럼] 백제와 충청권맹주
기사작성 : 2021-08-30 10:04:05
김경철 기자

대선주자 백제발언, 충청도 소외 !
대표 선수 없는 충청도, 기개는 가져야!

  [시사터치 김경철 논설위원] =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소위 백제, 호남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예가 한 번도 없다.” 지난 7월 23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발언이다. 그런데 백제얘기에 주인격인 충청이 빠졌다. 설마 이 후보의 배려일까?

  이재명 후보의 소위 ‘백제 발언’으로 정치권에서는 얼씨구나 하고 ‘호남 불가론’ ‘지역구도 조장’ 등 뜨거운 난타전이 이어졌다. 옆집 싸움에 재미삼아 구경을 하다 점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백제 = 호남이라는 등식 홍보를 하는 것 같았다.

  마치 남북문제 당사자인데 북한과 미국, 중국이 이슈의 중심에 서고 남한은 소외되는 장면을 보며 들었던 그런 묘한 기분은 필자만의 착각일까?

한 충청도민의 “역사 지식이 짧은 사람이나 외국인 입장에서 백제의 주는 호남이라는 첫 인식을 가질까봐 창피스럽다”는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래서 기다렸다. 그래도 백제 본류인 충청권에서 맹주를 꿈꾸는 정치인들과 충청향우회라는 방대한 단체도 있으니 누군가는 일침을 가하겠지 하고 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없었다. 그나마 자랑스런 백제 2, 3번째 수도인 웅진(공주), 사비(부여)의 지역 국회의원인 정진석의원만 체면치레 한 정도이고 기다렸던 일갈은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충청권 맹주의 오랜 부재 속에 대선이슈에서 비켜나있는 상황에 익숙해져 버린 것 일까?

  “백제의 주인 격인 우리가 가만히 있는데 더 이상 백제를 논하지 말고 딴데 가서 싸우길 바란다.” 충청도 누군가는 이런 정도는 백제 가문의 가장으로서의 기개는 보여 주었어야지 하는 아쉬움이다. 창피하지만 이런 경우 영남이나 호남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2019년 백제문화제 웅진성(공주) 퍼레이드 〈사진제공 : (재)백제문화제재단〉

  매년 공주와 부여를 중심으로 백제문화제를 야심차게 개최하는 충남! 현 충남의 양승조 지사는 최근 대권도전 초입에서부터 탈락해 차후 재 도전을 기약했다.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정신적 지주까지 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대권도전은 정치인으로서 자기가 속한 지역의 대표가 되기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고 도전 하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충남과 대전은 사이좋게 지난해 16년만에 혁신도시로 지정받았지만 추진은 지금까지는 지지부진하다.

  여기에 충남은 도 단위 광역지자체중 유일하게 민간공항이 없어 타당성 조사함께 서산민항을 추진하지만 의문사항이다. 역시 대전도 중기부가 세종으로 탈출(?)하는 대신 기상청 등 4개 공공기관 이전을 약속 받았지만 그간의 경험으로는 ‘어느 세월에’ 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에 알사탕용으로 쓰이지 않길 바랄 뿐이다.

김종필, 백제 본가는 충청! 일갈

  JP(김종필) 이후 확실히 대표되는 정치인도 없고 대선후보도 없는 충청권이지만, 그래도 충청 맹주의 후계자를 노렸던 적지 않은 정치인들이 존재한다.

충청도가 확실히 고향인 심대평 전 충남지사(공주), 이완구 전 총리(홍성). 대권도전에 나섰다 일찌감치 포기한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음성).

예산에 조부모, 부모 등 선영을 모셔 충청도와 인연을 맺고자했던 이회창 전 대선후보. 이들 모두 영원한 ‘지역 사랑’을 외쳤지만 지금은 고향 땅은 가끔 나들이 방문하는 정도이다.

이분들은 본인의 정치적 야망이 실패한 아쉬움 속에 예우차원의 단체장자리에서만 안주해선 안된다. 지금까지 지지하고 후원해주었던 충청도민을 위해서 지팡이 짚고서라도 최소한의 정신적 지주 역할은 해야 하는 것이 그 분들의 의무라 생각된다.

 

 2019년 백제문화제 백제성왕 사비(부여)천도 행렬〈사진제공 : (재)백제문화제재단〉

  또한 우리는 삼부요인 중의 하나인 국회의장을 두 분이나 보유하고 있다. 강창희 전 의장(대전)과 박병석 현 의장(대전) 등도 마찬가지이다. 국회의장은 정계 은퇴 전에 주어지는 개인만의 최고 영예의 자리만은 아닐 것이다. 이 분들도 은퇴 후에는 지역민과 호흡하는 원로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라 생각한다.

  영원한 실세인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이원종 전 충북도지사(제천), 노영민 전 실장(청주) 등도 있다.

  지난해 이시종 현 충북도지사(충주)가 모 지방지 인터뷰기사에서 “지역에 어른이 없다보니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푸념을 했다.

고려, 조선시대 때는 높은 관직에서 물러난 실력자들이 고향에 돌아가 후진양성에 매진하였다는 얘기는 지금시대 우리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그 양반들도 대부분 집값 비싼 서울 등에 살면서 집을 처분하지 못해 어쩔수 없을 것이니 이해하자’ 라는 어느 선배의 말에 묵언수행 할 뿐이다.

이런 분들이 은퇴 후 당을 떠나 가칭 ‘백제원로클럽’ 등을 만들어 순수한 지역을 위한 재능기부 봉사 역할을 한다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 생각만해도 든든해진다.

 

 공주와 부여에서 매년 열리는 백제 문화제 포스터.〈사진제공 : (재)백제문화제재단〉

  1990년대 모 정치인의 ‘충청도 핫바지’ 발언으로 김종필총재가 이끄는 자유민주연합이 바람을 일으켜 충청도에서 오랫동안 득세했던 사실은 개인적으로는 별로 자랑스런 일이 아닌 기억이다.

  다만 그 정도의 다른 신선한 충격이 있어야 양반의 충청도가 저력을 보여줄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오래전에 읽었던 글이 문득 떠오른다. 충청권 맹주라는 말을 있게 한 한국 현대정치사의 영원한 2인자인 김종필씨가 한 말이다.

  “1987년 6월, 반독재 민주화 열기가 전국을 휩쓸던 그때 대전의 한 교회에서 특강을 하게 되었는데 대학생 수십 명이 나타나 ‘유신 잔재 물러가라’고 시위를 했다. 나는 학생들에게 “나는 유신 잔당이 아닌 ‘유신 본당’이다. 그렇게 불러 달라”고 말했다.

  이런 김종필 전 총재가 지금 살아 있다면 “백제 본류는 충청이다. 왜 지류인 호남 가서 백제를 논하고 깍아 내리는 것인가” 라고 한마디 하지 않았을까?

  필자는 정치를 떠나 단순히 이런 기개를 기다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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