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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칼럼
한국 현대사와 박근혜 정부
기사작성 : 2016-11-29 10:01:51
김태원 기자 tai0913@hanmail.net

 [시사터치 김태원 칼럼] = 현재 간행예정인 국정교과서 한국사에서는 ‘1948815일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뉴라이트 계열의 역사인식인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주장에 가까운 용어로 보인다. 그러면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두 용어에는 어떤 차이가 있기 때문일까?

 먼저 대한민국 정부수립이라는 용어는 19199월에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건국으로 보고 1948년은 임시정부를 계승한 정부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1948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고 보는 입장은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꼴인데 이는 단순히 임시정부 부정을 넘어서서 일제 강점기 민족독립운동 전체를 부정하는 꼴이 된다. 기왕에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에 대해 축소하거나 부정하는 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익 민족독립운동도 폄훼하는 것이 된다.

 1948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느냐 정부수립이 되었느냐는 주장은 일제 강점기 친일파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다. 식민지 시기에 대한 평가는 식민지 근대화론과 식민지 수탈론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일제 식민통치시기에 경제성장이 이루어졌다는 주장을 당시 경제 통계자료를 통해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대해 후자의 입장은 식민지 시기의 경제 성장은 일본 본토의 이익과 소수의 친일파를 위한 것이고 대다수의 민중은 수탈의 대상이었다고 본다. 일제의 식민사관은 조선 사회의 정체성론에 기반을 둔 것으로 이는 조선이 자력으로 근대사회로 이행할 수 없다는 논리로 연결되어 타율성론으로 나타난다. 타율성론이란 무엇인가? 일제의 한반도 진출은 조선을 근대화하려는 것이고 이에 협력한 친일파들은 조선의 근대화에 기여한 사람들이 된다. 따라서 친일파는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한국 근대화를 위해 기여했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에서 시작된 민주주의는 근대로 접어들면서 다시 시민계급에 의해 부활되었다. 근대의 시민이란 성곽(bourge, berg)에서 거주하는 사람(bourgeois, 부르주아)으로 유산자이고 자본가로 성장한 계층이고 시민혁명의 주체를 가리키지만 지금은 일반적인 사회 구성원 전체를 가리키는 의미로 쓰인다. 근대 민주주의는 1689년 영국의 명예혁명, 1776년 미국의 독립혁명,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을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도입됐지만 소수의 유산(有産)시민에게만 참정권이 주어졌다. 그러나 1800년대 참정권 확대운동을 거치면서 무산계급인 노동자에게, 20세기에 들어와서야 여성에게 비로소 참정권이 부여되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을 치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의 민주주의는 제국주의 침략에 의해 이식된 것이었다. 시민에 의해서 자력으로 쟁취한 것이 아니라 식민지에서 독립하면서 주어진 것이었기에 그 댓가를 치르지 않은 것이었다. 따라서 그 권리가 온전히 시민에게 주어지려면 나중에라도 그 댓가를 치러야만 하였다. 작가 유시민은 이를 후불제 민주주의라고 이름하였는데 매우 적절한 용어라고 생각한다.

 1948년 출범한 이승만 정권은 내각 구성원은 80%가 친일전력이 있는 인사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특히 경찰은 총수부터 말단에 이르기까지 친일경찰 출신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들은 김구와 김규식을 중심으로 한 우파 민족독립운동가들의 정치적 활동등을 철저히 배제하였으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 확대하는 데 공권력을 악용하여왔다. 그러나 부정부패로 얼룩진 이승만 정권의 독재는 4.19혁명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이승만 정권은 이승만을 비롯한 몇몇은 독립운동에 참여했는지 모르지만 나머지는 친일파들이었다. 민족사적 정통성을 결여한 채 출범하였고 결국 부정부패로 얼룩진 채로 4.19혁명으로 사라졌다. 4.19혁명은 정통성이 없던 대한민국에 민족사적 정통성을 부여한 행위였다. 정통성이란 이승만 개인에 의해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에 의해 부여되는 것이다. 4.19혁명 이후 박정희의 독재정권에 맞선 시민의 저항과 5.18항쟁, 전두환 정권의 4.13 호헌조치에 저항한 19876월 항쟁은 정통성을 결여한 독재 정권에 저항하여 민주주의의 정통성을 대한민국에 부여한 행위였다.

 현 박근혜 정부는 시민이 위임한 공권력을 사유화하여 국가 전체를 위기에 빠트렸다. 현재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에서 펼쳐진 촛불시위는 정통성을 상실한 타락한 권력을 밀어내고 대한민국에 또다시 정통성을 부여하려는 시민들의 몸짓이고 함성이다. 민주주의의 완성은 친일 청산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민족적 과제를 달성하는 것이자 평화통일을 달성하는 토대를 다지는 일이다. 촛불 시위는 박근혜 정부를 심판함으로서 이 민족적 과제를 달성하려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추위와 눈비를 무릅쓰고 광장에 모이는 이유이다. 그래서 201611월의 촛불시위는 또다른 시민혁명이 될 것이다.

/tai09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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